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

※ 비극 수현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수도 없이 물어보았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왜 아버지는 절 보러 오지 않으시는 건가요?’ 그녀는 그런 질문을 하는 그를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녀 자신에게 가장 상처가 될 말이었음에도 수현의 어머니인 소화는 그저 그를 품에 안아주고 보듬어줄 뿐이었다. 아마도,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위였을지도 모른다고 수현...

진혼 주후조배문덕

1. 현란한 네온 빛이 거리의 어둠을 밝히고 미형인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그가 서있는 곳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번화가의 한 바(bar) 앞이었다. 드나드는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진 건물 겉모습은 황제인 주후조의 눈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경박해 보일 뿐이었다. 그곳은 한 시간 전쯤 문덕의 뒤를 몰래 따르게 해두었던 경호원의 연락을 받고 도착한...

진혼 주후조배문덕 나근경양수현

1. 황제가 무사히 돌아오고 닷새가 지날 즘 회 궁이 결정되었다. 몸이 많이 약해진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황제가 평소 무예를 즐기는 편이어서 인건지 회복이 빨랐던 덕이었다. 물론 참담한 몰골로 돌아온 탓에 평소 잔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근경마저 그를 감시하며 방안에 가둬 두다시피했기에 회복이라는 명목 하에 주후조는 닷새 동안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지루...

진혼 주후조배문덕

1. 대체 이렇게 많은 사병을 진국공의 봉지에 들인 이유가 뭘까. 문덕은 목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수현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라기엔 그 수가 너무도 많았다. 쉴 새 없이 덤벼드는 병사들을 제외하고도 이부상서의 뒤쪽으로 얼핏 보이는 사람의 그림자와 기척만으로도 수십은 더 될 듯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병사의 검을 막아내느라 곧 생각은...

진혼 주후조배문덕

※ 임신수 주의(처음부터 알오로 쓸 걸... 근데 그건 써본 적이 없어서....;;) 1. 이미 해가 저물고 난 뒤의 집무실은 불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무언가 보이기라도 하듯 주후조가 어느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수심에 잠긴 그의 얼굴은 어떤 감정도 없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문덕이 집을 나간 지 일주일가량이 지났다. 그...

진혼 주후조배문덕

不離不棄(불리불기) 결코 헤어지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1. 다음날 황제와 약조했던 도화 숲 꽃놀이는 취소되고 말았다. 전날 저자에 다녀온 수현이 술병이 났는지 두통을 호소하며 앓아누웠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마셔댔는지 인사불성이 되어 문덕의 등에 업혀온 수현은 밤새 꽤나 고생을 한 듯 원래도 하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양 뺨이 홀쭉해져 있었다. 그 몰골을 ...

진혼 주후조배문덕

不離不棄(불리불기) 결코 헤어지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1. 컴컴한 어둠 속에 깃드는 것들은 대부분 음습하고 기괴한 것들이었다. 룡성시의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 건물은 외관부터 벗겨진 페인트와 군데군데 금이 간 외벽까지 대낮에 보기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그것들은 해가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으스스 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재개발이 확정되어 주민들...

진혼 후조문덕

不離不棄(불리불기) 결코 헤어지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1. 다음날이 되자 문덕이 다시 입궁을 했다. 아직 모두 회복이 되지 않은 탓에 낯빛이 영 좋지 않아 보였지만 전날 있었던 일들과 원정의 결과를 보고 하는 일을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저것은 그저 핑계에 불과했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황제의 공허한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쉴 수가 ...

진혼 후조문덕

不離不棄(불리불기) 결코 헤어지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며칠간 아무 생각 마시고 요양하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문덕을 진찰한 의사가 처방한 약을 건네주며 한 말이었다. 주후조는 그의 말에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한 채 창백한 얼굴로 잠든 문덕의 얼굴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주치의인 정박사는 그런 주후조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였지만 문덕의 부탁을 떠올리...

진혼 웨이란 주일룡백우 부생한천

1. 날씨가 너무나 좋은 날이었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깨끗하고 맑은 파란 하늘 위로 새하얀 뭉게구름 두어 점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여유로운 주말 오후였다. 창으로 옅게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잠든 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부생의 눈동자는 마치 깨지기 쉬운 것을 보듯 아까워 보였다. 꿈이라도 꾸는 건지 종종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의 움...